한자와 한글은 함께 써야 한다
우리 겨레의 글살이에서 한글전용이 옳으냐 한자한글병용이 옳으냐는 싸움이 수십 년 간 계속되고 있다. 한글전용한 지 4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국민의 국어 능력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을 잘 보여주는 문서가 얼마 전에 발표됐다.
한국이 선진국 국민들의 실질 문맹률을 비교하는 22개 '경제개발기구(OECD)' 가입국 국민의 문서해독능력 비교에서 꼴찌인 22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 4월 6일 발간한 '2004 한국 교육인적자원 지표’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생활정보가 담긴 각종 문서에 매우 취약한’(1단계 문서 해독 수준) 사람 비율이 전체의 38%나 돼,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22%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니까 씌어진 글을 읽기는 하는데,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우리 국민의 38%나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상적인 문서를 겨우 해석해낼 수는 있지만 새로운 직업이나 기술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는 힘든(2단계)’사람도 전체 국민 중 37.8%나 됐다. 이처럼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배울 수 없을 정도로 일상문서 해독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1, 2단계의 국민이 우리 전 국민의 75%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는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다. OECD '국가 문서해독 능력 비교'는 취업 지원서, 봉급명세서 등처럼 실생활에 쓰이는 일상적인 문서내용을 해독하는 능력을 비교한 것으로, 선진국 사회에서는 단순히 글자해독 능력을 보여주는 문맹률보다 훨씬 더 실질적인 문맹률로 간주된다. 거기서 우리나라가 꼴등을 한 것이다.
한편 전문적인 정보기술(IT) 등 첨단정보와 새로운 기술, 직업에 자유자재로 적응할 수 있는 '고도의 문서독해 능력'을 지닌(4단계) 사람은 우리 국민의 2.4%에 불과해, 노르웨이(29.4%)·덴마크(25.4%)·핀란드(25.1%)·캐나다(25.1%)·미국(19%)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의 문서독해 능력을 비교하는 OECD의 '국제성인 문해 조사' 점수 역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인 22개국 중 꼴찌였다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낮기로 1위라는 우리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는 한글 전용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글전용을 하면 당장 읽기는 편하다. 그래서 단순 문맹률에서는 전 세계 1위로 낮다. 그러나 한글로 적힌 한자어를, 한자를 배우지 않은 사람은 정확히 읽지도 못하고 정확히 의미를 알지도 못한다. 그러니 단순 문맹률은 낮게 나오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실제 문맹률은 또 가장 높게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말글살이의 모순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글전용론자들은 단순 문맹률이 낮으면 실제 문맹률도 낮다는 정말 단순한 논리를 펴왔다. 이번에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이 입증되었다. 한글전용 40년이 우리 국민의 국어능력을 형편없이 떨어뜨려 온 것이다.
국어능력은 인간 능력의 밑바탕을 이룬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이렇게 국어 독해능력이 꼴등이 되어서는 국제경쟁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실제 문맹률을 낮추는 쪽으로 국어교육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한자교육을 부활해야 하고, 한자와 한글을 섞어써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가르치고, 한자어는 자주 쓰고 쉬운 한자어를 빼고는 한자 자체로 적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 글을 읽을 사람이 한자를 잘못 읽을 것이 걱정된다면 독음을 괄호 안에 한글로 적어주면 된다.
우리 한국어는 한자어가 토박이말보다 많다. 그러므로 한자와 한글을 함께 쓰는 글살이가 옳은 길이다. 한글만 쓰자거나 또는 한자만 쓰자는 극단주의는 국어의 현실을 바로보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한자와 한글을 알맞게 조화시켜 씀으로써 독해 문맹률을 낮추고 국가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